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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화엄사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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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가람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5-04-21 10:27 조회1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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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구례 화엄사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여행특집] 요즘 핫한 화엄사 1박2일 산사체험

템플스테이 성지…하화중생(下化衆生) 실천
방문객 위한 배려 돋보여…사찰 곳곳이 포토존

화엄사의 명물 홍매화. 매년 봄철이면 수십만 명이 찾는다. [사진 화엄사]화엄사의 명물 홍매화. 매년 봄철이면 수십만 명이 찾는다. [사진 화엄사]

구례 화엄사(대한불교 조계종 제19교구본사 대화엄사)는 요즘 가장 핫한 여행지다. 올봄에도 수십만 명이 찾았다. 그 이유가 뭘까? ‘부처님오신날’에 앞서 구례 화엄사행 버스에 올랐다.

#지리산 화엄사지구 주차장에서 1㎞ 남짓 걸어 ‘智異山華嚴寺’ 세로 현판이 걸린 일주문 앞에 섰다. “어머! 부처님이 길을 막고 있네.” 일주문을 지나자마자 길 한복판에 돌로 만든 동자승이 앉아 있다. 그 표정이 너무도 친근해서 보고만 있어도 미소를 짓게 한다. 사람들 마음은 똑같은지 방문객 중 열에 아홉은 그 돌부처 옆에서 그 표정을 따라 하며 포즈를 취했다. 남녀노소 사진 촬영하기 좋은 포토존이었다.

동자승은 양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다. 안내석에 “불견(不見): 남의 잘못을 보려 힘쓰지 말고 남이 행하고 행하지 않음을 보려 하지 말라. 항상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옳고 그름을 살펴야 한다”고 씌어 있다. 고개를 끄덕였다. 남 탓을 하지 말고 나의 내면을 돌아봐야겠구나!

첫 번째 돌부처를 지나 몇 걸음 옮기니 두 번째 동자승이 길 가운데 있다. 이번 동자승은 양손으로 두 귀를 막고 있다. “불문(不聞): 산 위의 큰 바위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비방과 칭찬의 소리에도 평정을 잃지 않는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내면이 강한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받아 들였다.

방문객 열에 아홉은 화엄사 진입로 돌부처 옆에서 그 표정을 따라하기 바쁘다. 남녀노소 사진 촬영하기 좋은 포토존이다. 나권일 선임기자방문객 열에 아홉은 화엄사 진입로 돌부처 옆에서 그 표정을 따라하기 바쁘다. 남녀노소 사진 촬영하기 좋은 포토존이다. 나권일 선임기자

다시 몇 걸음 걸으니 세 번째 돌부처가 있다. 이 동자승은 이제 양손으로 입을 막고 있다. “불언(不言): 나쁜 말을 하지 말라. 험한 말은 필경에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 악담은 돌고 돌아 고통을 몰고 끝내는 나에게 되돌아오니 항상 옳은 말을 익혀야 한다. -법구경” 안내문을 읽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불경에 있다는 자리이타(自利利他)라는 말이 생각났다. 남을 이롭게 하면 내가 이로워진다. 그랬다. 성경에도 같은 말이 있다.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너도 남을 대접해라’. 논어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 남을 배려하면 내가 행복해진다. 행복의 비결이 거기에 있었다.

나이 든 여성들 몇몇이 뒤에서 “장님 3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시집살이를 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돌부처이지만 각자의 눈에 따라 달리 보이는구나! 그러니 내 생각으로만 판단하지 말지어다. 화엄사 초입, 동자승 셋은 효과적인 체험교육이었다.

# 화엄사는 20여 년 노하우를 보유한 템플스테이 명소다. 마침 프랑스에서 온 벽안(碧眼)의 외국인 10명이 방문한다고 했다. 1박 2일 체험을 같이 해보기로 했다. 송임숙 템플스테이 팀장은 “화엄사 템플스테이는 자질구레한 프로그램에 시달려야 하는 스트레스가 없다. 참선과 명상? 쉽게 말해 ‘멍때리기’가 명상이다. 드러누워도 되고, 잠을 자도 된다. 더없이 자유로운 가운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말에는 예약이 꽉 차 있으니 평일을 이용하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 자신감의 배경이 뭘까? 찬찬히 둘러 봤더니 공간 여기저기에 외부인들을 위한 배려가 보였다. 사찰이라고 차(茶)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커피도 내려마시는 마니아들을 위한 커피메이커는 물론 아메리카노, 믹스커피 다 있었다. 욕실에는 샴푸와 보디워시가, 간식거리도 연꿀빵에 쌀빵에 햄버거 등 다양했다. 한 업체가 화엄사와 브랜드 계약을 맺고 고기 없는 비건 햄버거를 출시했다고 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하화중생(下化衆生)하는 모습에서 대중화된 현대 사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하연 공양주보살의 음식 솜씨

# 저녁 공양시간, 전국적으로 명성이 알려진 마하연 공양주보살의 20여 년 노하우가 담긴 사찰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공양간에 템플스테이 전용석이 마련돼 있다. 외부인들은 앞쪽에, 스님들은 공양간의 뒤쪽에 앉았다. 채식 뷔페처럼 줄을 서서 먹을 밥과 음식을 그릇에 담은 뒤 자리에 앉아 수저를 들었다.

알맞게 익은 김치, 먹기 좋게 잘 버무려진 깍두기. 싱그런 상추무침. 버섯볶음, 브로콜리가 식욕을 자극했다. 야채튀김과 토마토 볶음, 떡볶이, 감자조림은 외국인 수행자들을 위한 배려로 보였다. 공양(供養) 시간은 말하지 않고 먹는 것에 집중하는 묵언(默言) 수행이다. 스마트폰을 보며 밥 먹는 이들도 없기에 식사는 길어야 10분 남짓이면 끝났다. 공양을 마친 뒤 작은 물주전자에 있는 물을 그릇에 붓는다. 그릇을 전후좌우로 기울여 양손으로 들고 남은 부스러기까지 다 먹는다. 설거지할 것조차 없었다. 하루 세끼의 공양은 물 흐르듯이 이뤄지는 수행이었다.

저녁 6시, 스님들이 ‘법고루’와 ‘운고각’에서 법고(法鼓)와 운판(雲板), 목어(木魚)를 두드렸다. 지상에 있는 중생과 가축, 하늘을 나는 새, 바다에 사는 영혼들을 제도(濟度)하고 ‘평안히 잠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뒤이어 ‘범종각’에서 범종(梵鐘)이 울렸다.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에게 평안을 빌었다. 북소리와 종소리는 안식과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에 다름 아니다.

저녁 예불시간, 수행자들이 화엄사의 중심 전각인 각황전(覺皇殿)에 모였다. 방석을 깔고도 무릎 꿇는 것을 낯설어하던 몇몇이 안내자가 의자에 앉아도 되고, 다리만 뻗지 않으면 된다고 말하자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마워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성각스님과 수행자들의 차담(茶啖)시간. 편하게 다리를 뻗거나 방석에 앉아 자유롭게 문답이 오고 간다. 프랑스인들은 한국 여행 5일째라고 했다. 스님이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 뭐냐”고 묻자 “어제 (절에 오기 전에 먹은) 먹은 돼지갈비요”라는 대답이 나왔다. 듣고 있던 스님이 그 속을 이해한다는 듯이 염화미소(拈華微笑)로 빙그레 웃었다.

“스님들도 인터넷을 사용하나요?” “그럼요, 요즘은 불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인터넷도, 휴대폰도, 자동차도 필요합니다.” 스님은 화엄사가 자랑하는 홍매화를 수놓은 기념품을 하룻밤 인연의 수행자들에게 하나씩 선물했다. 야식으로는 부드러운 빵과 사탕이 준비됐다. 숙소 한쪽에 출출할 때 먹어도 된다는 육개장 사발면과 그 옆에 놓인 돼지저금통이 눈에 띄었다.

화엄사는 20여 년 노하우를 보유한 템플스테이 명소다. 외국인들을 비롯해 봄철에만 수십만 명이 찾는다. 나권일 선임기자화엄사는 20여 년 노하우를 보유한 템플스테이 명소다. 외국인들을 비롯해 봄철에만 수십만 명이 찾는다. 나권일 선임기자

밤이 되면 화엄사는 또 다른 풍경

# 밤이 되면 화엄사는 낮의 모습과 다른 풍경으로 방문객들을 맞는다. 사찰 전체를 에워싼 조명이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템플스테이를 지도하는 성각스님은 “밤 8시에 절집의 전체 조명을 다 켠다. 사찰 일부가 아닌 경내 전체를 야간조명으로 둘러싼조계종 사찰은 화엄사가 유일하다”고 했다. 산사의 경내를 조용히 걸었다. 발소리조차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붐비던 낮과 달리 구석구석 돌아보며 음미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각황전 뒤 4사자 삼층석탑(국보)이 있는 계단을 올랐다. 보름달이 되어가는 달빛 아래 한 아름은 족히 될 듯 보이는 소나무 몸통이 용틀임하는 듯 생생했다. 교교한 달빛 아래 예술작품 같은 소나무들과 꽃나무들, 그리고 화엄사의 전각들이 조용히 잠들어있었다. 조명에 비친 석탑이 자아내는 음영이 그지없이 아름다웠다.

화엄사 경내를 소요(逍遙)하다 조용히 툇마루에 앉았다. 한 번씩 지나가는 풍경 소리가 아름다웠다. 풍경 소리 들리면 바람이 지나간 줄 안다. ‘내 인생도 이렇게 티 내지 않는 산들바람이었으면 좋겠다. 한여름 태풍처럼 요란하지 않고, 그저 지나간 뒤에 싱그러운 여운을 주는 그런 인생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 이튿날 아침, 연기암(烟起庵)으로 오르는 숲길을 템플스테이 수행자들과 걸었다. 왕복 2km. 천천히 걸으면 2시간 남짓 걸리는 고즈넉한 산길이다.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맛보는 시원한 아침 공기와 맑은 물소리가 심신을 일깨운다. 몇몇 프랑스인들이 멈춰 서더니 큰 나무 위를 가리켰다. 하늘다람쥐 한 마리가 인기척에 긴장한 듯 꼼짝 않고 있다가 재빨리 꽁무니를 뺐다. 너럭바위 위에 쌓아 올린 돌탑 무더기가 신기한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이도 있었다. 이른 아침 화엄사를 품에 안은 지리산 남쪽 숲은 부산하지 않은 가운데 바빴다.

“봄 단풍은 밑(남녘)에서부터 올라오고, 가을 단풍은 위에서 내려온다” 화엄사 노스님이 했다는 말씀이다. 스님은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나무들의 싱그러움을 봄단풍이라고 했다. 무딘 내 눈에도 봄단풍이 보이는 듯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본 것은 예전과 다르리라.’

연기암 정상에 올라섰다. 관음도량이어서일까! 티베트불교에서 자주 보이는 ‘마니차’를 설치해놓은 게 이채로웠다. 프랑스에서 온 참배객들이 마니차 통을 돌리며 소원을 빌었다. 대형 문수보살상 아래에는 부처님 손바닥 하나를 그려놓았다. 손바닥에이마를 세 번 부딪치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씌어 있었다. 나는 무엇을 소원할까? ‘아픈 이들이 아프지 않기를, 높아지려 하지 말고 더 낮아지기를’ 소망했다.

1박 2일 템플스테이 이별의 시간. “성불하세요.” 짧은 인연이지만 소중한 만남이었다며 서로 합장하고 고개를 숙였다. 프랑스인 몇몇이 소감을 말했다. 뭇 생명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범종 소리와 스님들이 예불 드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화엄사상(華嚴思想)은 “우주의 모든 사물은 그 어느 하나라도 홀로 있거나 일어나는 일이 없이 모두가 끝없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서로의 원인이 되며, 대립을 초월하여 하나로 융합하고 있다는 법계연기(法界緣起) 개념”이 기초를 이룬다. 화엄사상의 본산인 화엄사에서 이렇게 만났으니 언젠가 이 만남이 더 많은 인연과 행복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온 템플스테이 수행자들이 연기암의 황금색 마니차를 돌리며 소원을 빌었다. 나권일 선임기자프랑스에서 온 템플스테이 수행자들이 연기암의 황금색 마니차를 돌리며 소원을 빌었다. 나권일 선임기자

화엄사 뒤편 구층암은 숨은 보석

# 중앙승가대총장인 무생 월우 큰스님을 모시고 템플스테이 숙소 옆 화엄원(華嚴院)에서 큰 법회가 열렸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큰 스님이 주시는 말씀을 듣고 싶었다. 월우스님은 “불교는 ‘제악막작 중선봉행(諸惡莫作 衆善奉行)’, 곧 착한 일을 많이 하고 나쁜 일을 하지 않는 삶을 실천하는 종교”라며 “수행자는 지혜를 갖추고 보살행으로 이바지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씀했다. 그렇다. 진리는 단순하다. 그러니 진리를 찾아다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 것이다. 내가 진리라고 여기는 것들을 실천하며 사는 이가 선하고 행복하다.

화엄사 뒤편 ‘구층암’의 한 풍경. 고즈넉하기 그지없는 사찰이다. 구층암 스님들이 곳곳에 마련해 놓은 소품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권일 선임기자화엄사 뒤편 ‘구층암’의 한 풍경. 고즈넉하기 그지없는 사찰이다. 구층암 스님들이 곳곳에 마련해 놓은 소품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권일 선임기자

# 화엄사를 찾는 이들을 위한 팁 하나. 화엄사는 사진작가들의 성지다. 각황전과 원통전 사이에 있는 천연기념물 홍매화를 앵글에 담기 위해 사진가들이 수도 없이 주야로 오고 간다.

수령 450년의 또다른 천연기념물 들매화도 관광객들을 부른다. 이른 봄 화엄사 경내는 홍매화와 들매화, 동백, 벚꽃이 공존하며 아찔한 향기가 사찰 경내를 감싸고 돈다.

또 하나 팁. 화엄사 하산길에 여유가 있는 분들은 ‘구례, 시(詩)의 정원’을 들러보시라. 구례 출신 문인 화당(和堂) 고 정기석 선생이 조성한 명소로, 내로라하는 유명 시인의 시비(詩碑)와 조각품을 만날 수 있다. 종교를 초월해 시인 도종환과 이해인 수녀의 시비도 있다.

마지막 팁. 사찰은 모름지기 관광지 느낌보다는 고요함과 침묵 속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화엄사 뒤편 구층암(九層庵)을 찾아가 보시라. 고즈넉하기 그지없다. 수중에 돈 없어도 차 한잔 마시고 가도 된다. 전각의 오래된 나무 기둥과 아기자기한 분위기, 구층암 스님들이 곳곳에 마련해 놓은 소품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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